머리 감을 때면 한번씩 생각나는 영화, 공포영화계의 사골, 주온에 대해 소개해보려 합니다.
주온(呪怨)은 다카시 시미즈 감독이 연출한 2002년 일본 공포 영화로, 그야말로 공포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일본의 저주 설화와 현대 공포의 융합으로, 독특한 구조와 분위기로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의 공포 팬들을 매혹시켰습니다. 그만큼 많은 후속편과 리메이크를 남긴 작품이기도 합니다.
줄거리 요약 (결말, 시리즈 스포 포함)
주온은 사실 설명이 친절한 영화는 아닙니다. 극장판 개봉 전 이미 단편과 비디오판이 각각 2개씩 있기도 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순서도 사건 진행 순서와 다르기 때문에 공포에 집중하다보면 흐름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영화의 진행 순서는 리카 - 카츠야 - 히토미 - 토야마 - 이즈미 - 카야코 순으로 진행되지만 실제 사건은 카츠야 - 리카 - 히토미 - 토야마 - 카야코 - 이즈미 순입니다.
전후 사정을 첨부하자면 영화의 중심에는 한 가족이 있습니다. 늘 바쁜 부모님을 둔 카야코는 검은 고양이 한마리와 함께 주로 집에서 거의 홀로 자랐습니다. 대학생이 되고 코바야시라는 남자를 좋아하게 된 카야코는 그를 스토킹하며 그 내용을 스크랩해두었습니다. 그러나 코바야시에게 여친이 생기고, 부모님과 고양이가 죽게 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스토킹을 그만두게 됩니다. 이후 사에키 타케오라는 남자를 만나 결혼한 카야코는 토시오를 낳고 고양이를 선물합니다. 시간이 흘러 토시오가 학교에 입학하는 날 담임을 만난 카야코는 한눈에 그가 예전에 짝사랑하던 코바야시라는 걸 알아보게 됩니다. 집에 돌아온 카야코는 예전의 스크랩북을 꺼내 반가움을 기록해 둡니다. 한편 좀처럼 둘째가 생기지 않아 병원을 찾게 된 타케오는 자신이 정자결핍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분노로 이성을 잃은 타케오는 불륜 증거를 찾다가 카야코의 스크랩북을 발견합니다. 그는 카야코를 구타하며 추궁했고 말주변이 없는데다 구타까지 당한 카야코가 제대로 대답을 못하자, 살해한 후 다락에 방치합니다. 카야코는 죽어가면서 모든 것을 저주합니다. 타케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토시오와 고양이까지 살해합니다. 이 고양이의 원령이 토시오의 영혼에 깃들게 된 것입니다. 이후 토시오는 툭하면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서 관객을 공포로 이끌죠. 이렇게 원한이 깃든 집은 싼 가격에 카츠야 부부에게 넘어갑니다. 영화는 이 카츠야 부부가 카야코 부부의 원혼에 의해 살해당한 후 연락이 되지 않자 노인복지 자원봉사자인 리카가 방문하면서 시작합니다. 이후 영화는 이 저주에 희생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마지막 장 '카야코'에서는 카야코의 원혼이 들어간 리카의 얘기를 다룹니다. 리카를 통해 부활을 꿈꾸던 카야코는 다시 나타난 타케오의 원혼에 또 한번 살해당하면서 제지당하면서 1편이 마무리됩니다.
후속편 소개
비디오판을 이은 극장판의 성공은 리부트, 리메이크, 스핀오프, 드라마, 게임 소설, 만화, 연극 등등 정말 다양한 ip콘텐츠를 배출하게 됩니다. 영화 중 특히 주목할 만한 후속작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온 2 (2003): 이 영화는 1편의 이야기를 확장하면서 새로운 피해자들의 공포를 묘사합니다. 특히 영화 제작 현장에서 일하는 여배우가 저주에 휘말리며, 저주가 어떻게 더 확산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여전히 집과 관련된 비극적인 사건들이 중심에 있으며, 저주는 끝없이 이어집니다.
- 그루지 (2004): 주온의 인기에 힘입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 버전입니다. 원작의 분위기와 설정을 유지하면서, 사라 미셸 겔러가 주연을 맡아 미국 시장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일본적 공포의 요소를 서양 관객에게도 충분히 전달하며 공포 장르의 국제적 교류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 주온: 더 파이널 (2015): 시리즈의 종결작으로 의도된 이 영화는 저주의 기원과 그 끝을 탐구합니다. 저주에 맞서 싸우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집중되며, 결말에서 저주를 종식시키려는 시도가 나타나지만, 결국 저주가 계속될 것임을 암시하며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
- 낮은 예산, 큰 성공: 주온은 비교적 낮은 예산으로 제작되었지만, 강렬한 공포 연출과 독창적인 이야기 구조 덕분에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다카시 시미즈 감독은 창의적인 촬영 기법과 시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분위기를 통해 영화의 부족한 자원을 극복했습니다. 특히, 고전적인 점프 스케어 기법보다는 분위기와 설정을 활용한 점진적인 공포 연출이 돋보입니다.
- 설화를 기반으로 한 영감: 주온이라는 말은 시미즈 감독이 저주(詛呪)의 '주'와 원한(怨恨)의 '원' 을 합쳐 만든 단어라고 합니다. 일본의 민속신앙에서 원한은 사람이 죽고 나서도 이승에 남아 자신을 해친 사람이나 연관된 이들에게 복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설화적 요소가 현대적 상황에 맞물려 공포감을 증폭시켰습니다.
- 캐스팅 및 제작 비하인드: 카야코와 토시오 역을 맡았던 배우들은 계속 바뀌었는데 가장 유명한 2002년 버전은 후지 타카코와 오제키 유우야가 맡았습니다. 토시오 역의 오제키는 기저귀만 입고 고양이 소리를 내는 오디션에 지원해서 뽑혔는데, 배역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아서 촬영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합니다.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도 나이가 어려서 바로 보지 못하고 나중에 봤을 때는 본인을 보고 무서워서 울었다고 합니다.
- 할리우드 리메이크의 영향: 할리우드 리메이크 작품인 그루지는 일본 공포 영화가 서양 시장에서도 주목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루지는 원작의 일본적 요소를 유지하면서도 서양 관객의 정서에 맞게 각색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주온은 단순히 일본 내 공포 영화의 성공을 넘어서, 국제적인 공포 장르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주온은 일본 공포 영화의 대표작으로서, 일본 귀신의 특징인 원한에 대해 아주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보이지 않는 저주와 불가피한 운명이라는 주제로 관객들에게 심리적 공포를 선사합니다. 시리즈 전체를 통해 시간와 공간을 초월하는 저주의 끊임없는 확산과 인간의 무력함을 그려내며, 이 공포는 시간이 지나도 시들지 않고 계속해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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