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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Howl's Moving Castle) 리뷰 (결말 포함)

by nmytyl 2024.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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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마녀배달부 키키 이후로 무려 15년만에 다른 사람의 작품을 모티프로 가져와 만든 영화입니다. 

영국의 작가 다이애나 윈 존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특유의 해석이 더해져 영화는 원작과는 다른 독창적인 이야기를 펼칩니다. 다만 소설의 방대한 내용을 담기에는 러닝타임이 짧아 생략된 이야기가 많아 이해를 조금이나마 돕기 위해 적어봅니다.


줄거리 요약(스포 주의)

 소피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모자 가게를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동생 레티를 만나러 가던 소피에게 마을에 주둔한 병사들이 추근거립니다. 그 순간 하울이 나타나 병사들을 쫓아냅니다. 그의 손에는 빛나는 반지가 끼워져 있는데 소피를 만나는 순간 빛이 사라집니다.

 하울의 도움으로 무사히 동생과의 만남을 마친 소피는 모자 가게로 돌아갑니다. 하울과 소피가 만난 것을 안 황야의 마녀가 그 자리에 나타나 저주를 걸어버립니다. 마녀의 저주로 노파가 되어버린 소피는 저주에 대해 남에게 말하지 못하는 제약이 걸려 있어 무작정 마을을 떠납니다. 산을 오르던 소피는 지팡이로 쓸 나뭇가지를 찾다가 곤경에 처한 허수아비를 구해주게 됩니다. 마법에 걸린 허수아비는 보답으로 소피를 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안내합니다.

 성에 들어간 소피는 불의 악마 캘시퍼를 만나게 됩니다. 캘시퍼는 소피에게 자신의 저주를 풀어주면 그녀의 저주도 풀어주겠다고 제안합니다. 그렇게 소피는 청소부로서 하울의 성에 머물게 됩니다. 성의 주인 하울은 굉장한 마법사로, 이웃 나라와의 전쟁에 강제로 동원되고 있었습니다. 또한 외모에 대해 굉장한 집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피는 하울과 함께 지내면서 그가 전쟁과 황야의 마녀 등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소피는 전쟁에 강제 동원되는 것을 거역하고 싶지만 용기가 없는 하울 대신 나서서 거절하기로 합니다. 소피는 국왕을 만나러 가는 길에 하울처럼 국왕의 부름을 받은 황야의 마녀와 마주치게 됩니다. 악마와 계약한 죄로 추방되었던 황야의 마녀는 이 기회를 통해 금의환향을 꿈꿨지만 이는 하울의 스승인 설리먼의 함정이었습니다. 결국 황야의 마녀는 마법의 힘을 잃고 평범한 노파로 돌아갑니다. 소피는 하울이 국왕의 부름에 응하지 않으면 황야의 마녀처럼 힘을 빼앗겠다는 설리먼의 협박을 거부합니다. 설전을 벌이는 둘 앞에 국왕이 모습을 나타냅니다. 이는 소피가 걱정되어 따라 온 하울이었는데, 진짜 국왕의 등장으로 정체가 탄로 나 도망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황야의 마녀와 설리먼의 개인 힌이 함께하게 됩니다. 하울은 자신이 끼고 있던 반지를 소피에게 끼워주고 캘시퍼를 생각하면 성으로 인도해 줄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자신은 설리먼의 병사들을 따돌리러 갑니다.

 하울은 설리먼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사합니다. 그리고 소피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하는데, 그곳은 하울의 아지트로 캘시퍼와 계약을 한 곳이기도 합니다. 평화도 잠시, 설리먼에게 집의 위치를 들키고 하울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기피하던 싸움에 나섭니다. 소피는 설리먼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커다란 성을 무너뜨리고 하울을 찾아가려 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황야의 마녀의 방해로 되려 하울이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슬퍼하는 소피의 손에서 반지가 빛나고 소피는 그 빛을 따라 하울을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소피는 어린 시절의 하울을 만납니다. 하울이 어떻게 캘시퍼를 만나고 계약하게 되는지 보게 된 소피는 꼭 그들의 저주를 풀어줄 것을 약속합니다. 다시 현재로 돌아온 소피는 드디어 하울을 만나 캘시퍼가 영원히 살고 하울이 마음을 되찾을 수 있기를 빌며 저주를 풀어줍니다. 이렇게 소피의 도움으로 캘시퍼는 자유를, 하울은 심장을 되찾습니다. 

 캘시퍼가 자유를 찾으면서 성을 유지하는 힘이 사라져 위험에 처하게 되자 허수아비가 자신을 희생해 그들을 구해줍니다. 소피는 고마움과 안타까움을 담아 허수아비에게 키스하고 이로 인해 허수아비에게 걸려있던 저주가 풀립니다. 허수아비는 사실 이웃 나라의 왕자로 저주에 걸려 허수아비가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그의 실종이 전쟁의 원인이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전쟁이 끝나고 소피와 하울은 평화를 되찾습니다.

 

주요 등장인물

소피: 18살. 본인은 모르지만 언령의 마법의 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허수아비가 자아를 되찾거나 하울과 캘시퍼가 저주에서 풀려난 것은 바로 그녀가 빌어준 덕택입니다.

하울: 27살. 악마 캘시퍼와 계약하고 그 대가로 힘을 얻지만 힘을 사용할 때마다 점점 자아를 잃고 괴물이 되어갑니다. 따라서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집착이 심합니다. 악마와의 계약으로 왕실에서 쫓겨났지만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탓에 설리먼에게 부려집니다.

캘시퍼: 불의 악마. 별똥별처럼 떨어져 죽을 위기였지만 하울의 도움으로 계약을 맺고 목숨을 건집니다. 하울과 마찬가지로 저주를 풀고 자유의 몸이 되기를 원합니다. 소피가 빌어줌으로 인해 계약이 파기되고도 영원히 살 수 있게 됩니다.

황야의 마녀: 273세. 왕실마법사였다가 불꽃 악마와의 계약으로 쫓겨납니다. 

 

계약과 저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세계관에서는 계약과 저주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둘 다 남에게는 말할 수가 없다는 제약이 걸려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타인의 도움을 구할 수가 없다는 점이 제약의 맹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하울은 누군가에게 계약을 알릴 수가 없고 소피도 누군가에게 저주에 대해 말할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가 알아야 해제될 수 있는데 알릴 수가 없으니 제약에서 벗어날 수도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울이 성을 움직이는 데에는 황야의 마녀나 설리먼에게 들키지 않기 위함도 있지만 자신의 계약을 목격한 유일무이한 존재인 소피를 찾기 위해서이기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첫만남에서 하울이 끼고 있던 반지가 빛을 뿜고 있는 것입니다. 그 반지는 사용자가 생각-찾고 있는-하는  상대가 있는 곳을 가리키니까요. 찾고 있던 대상인 소피와 닿자 제역할을 다한 반지는 더이상 빛을 내지 않습니다.

 

원작

원작은 다이애나 윈 존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총 3권의 책이 발간되어 있으며 영화는 이 중 1권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2, 3권은 스핀오프 격으로 소피와 하울 커플은 언급만 되는 정도라고 합니다. 원작 소설과 영화는 내용에 차이가 많아 인물들이나 일부 설정을 가져왔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원작은 설정이나 내용이 좀 더 복잡한데 영화의 짧은 러닝타임에는 담기지 못해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피에게는 레티 말고도 여동생이 한 명 더 있다는 사실이나 어머니가 친어머니가 아니라는 점 등은 원작을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지요. 원작을 알아보는 것 또한 재미이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저는 하울에 대한 환상을 지키고자 합니다.

 

음악

하울의 움직이는 성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악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오랜 파트너인 히사이시 조가 이 작품에도 역시 감독을 맡았는데요. 그 중  인생의 회전목마(人生のメリーゴーランド)는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큼 여러 곳에서 쓰이기도 했습니다. 영화 속 화려한 배경과 너무나 잘 어울리면서도 어딘가 쓸쓸하고 그리운 기분이 들게 하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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