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테넷(Tenet)*은 그야말로 ‘시간’이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운 대담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놀란의 독창적인 상상력과 기술적 능력을 극대화하여, 관객들에게 복잡하면서도 흥미로운 시간을 넘나드는 서사를 선보입니다. 테넷은 관객에게 수많은 퍼즐을 던져주며, 그 퍼즐을 풀기 위해서는 단순한 시청 이상의 몰입과 사고를 요구합니다.
줄거리 요약 (결말 포함)
영화는 주인공이 CIA 요원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비밀 작전 중 포로로 잡히지만, 자살약을 먹고 목숨을 구합니다. 이후 정체불명의 비밀 조직인 '테넷'에 합류하게 되고, 그곳에서 시간의 역행 개념을 처음 알게 됩니다. 이 기술은 '인버전'이라고 불리며,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물체나 사람을 움직이게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인버전' 기술을 사용하는 자들의 음모를 막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러 정보를 수집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과거로부터 온 위협이 미래에서 발생하는 전쟁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저지하려 합니다. 그러던 중 안드레이 사토르라는 러시아의 무기 밀매업자를 만나게 됩니다. 사토르는 미래에서 전달받은 기술을 이용해 인류를 파괴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사토르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주인공은 사토르의 아내 캣과 협력하게 됩니다. 캣은 남편의 폭력적인 관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며, 그의 음모를 막기 위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주인공과 캣은 사토르의 계획을 추적하며 다양한 액션 장면을 통해 관객들에게 시간의 역행을 시각적으로 전달합니다.
사토르의 궁극적인 목표는 '알골리즘'이라는 미래의 기술을 이용해 시간을 뒤집어버려, 자신이 죽기 전에 세상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주인공과 그의 동료 닐은 사토르의 군대와 맞서 싸우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복잡한 전투를 벌입니다.
영화의 절정은 테넷 조직의 시간 역행을 이용한 대규모 작전에서 일어납니다. 주인공과 닐은 두 팀으로 나뉘어, 하나는 시간의 정상적인 흐름 속에서, 다른 하나는 시간의 역행 속에서 동시에 작전을 수행합니다. 이 작전을 통해 그들은 사토르가 세계를 파괴하려는 계획을 저지하는 데 성공합니다.
결말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테넷 조직의 창시자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과거의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미래의 자신이 이 모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됩니다. 또한 닐이 자신을 여러 번 구해주었음을 알게 되며, 닐이 사실은 자신보다 훨씬 과거에서 온 인물임을 이해합니다. 닐은 주인공과의 작별 인사를 하며, 자신이 이제 과거로 돌아가야 함을 암시합니다.
시간 역행의 개념
영화 *테넷(Tenet)*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간 역행’입니다. 시간의 역행은 단순히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역행하는 객체나 사람의 시간을 반대로 흐르게 만드는 과학적 설정입니다. 이 개념을 이해하지 않으면 영화의 주요 장면들을 제대로 즐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시간을 역행하는 동안 물리적 법칙도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에, 캐릭터들은 숨을 들이마시는 것이 아니라 내쉬는 식으로 행동해야 하며, 총알이 발사되는 것이 아니라 회수되는 등 시각적으로도 새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복잡한 서사 구조
테넷은 다층적이고 비선형적인 구조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초반부부터 많은 정보가 빠르게 전달되며, 시간이 앞으로 흐르는 사건들과 역행하는 사건들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따라서 관객이 각 캐릭터의 위치와 행동이 어디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주인공과 시간 역행 기술의 역할, 그리고 '텐트(Tenet)'라는 비밀 조직의 존재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시간의 흐름과 역행을 결합한 이 서사는 관객이 각 장면에서 정보를 분석하고, 인과관계를 끊임없이 추측하게 만듭니다. 영화 속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지 않으며, 인과관계도 유동적으로 변화합니다.
따라서 한번에 모든 디테일과 플롯을 파악하기 어려운 영화라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합니다. 초반에 빠르게 제시되는 복선이나 암시가 영화 후반부에 다시 등장하는데 영화의 세계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CGI를 최소화한 실촬영 기법
놀란 감독은 테넷에서 CGI 대신 실촬영 기법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역행하는 자동차 추격 장면은 실제로 차량을 뒤로 달리게 하여 촬영한 것입니다. 이처럼 실제 액션을 촬영한 이유는 보다 현실감 넘치는 장면을 만들기 위함이며, 시각적 몰입감을 높이려는 감독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놀란 감독의 오랜 구상
놀란 감독은 테넷의 아이디어를 약 20년간 구상해왔다고 합니다. 그는 영화 메멘토와 인셉션 등 시간과 인식을 다룬 작품들을 연출하며 시간의 복잡성과 서사의 비선형성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왔습니다. 테넷은 그러한 연구의 결실로, 과거 작품들에서 다룬 시간 개념을 한층 더 확장하고 발전시킨 결과물입니다. 실제 촬영과 스턴트에 중점을 둔 제작 과정은 영화의 시각적 혁신뿐만 아니라 리얼리즘을 강조하는 중요한 요소로 보입니다..
그는 이러한 구상을 사토르 마방진을 이용해 영화 제목과 등장인물에도 적용했습니다. 사토르 마방진이란 가로 세로로 읽었을 때 똑같은 단어들이 오는 것, 즉 회문(回文)을 말합니다.
S | A | T | O | R |
A | R | E | P | O |
T | E | N | E | T |
O | P | E | R | A |
R | O | T | A | S |
SATOR(사토르) : 씨 뿌리는 사람, 창조자 라는 뜻으로 영화의 메인 빌런이자 모든 사건의 시작점인 인물입니다.
TENET(테넷): 잡다, 견지하다, 도달하다 라는 뜻으로 영화의 제목이자 정체성을 대표합니다.
OPERA(오페라): 일, 공적 활동, 보살핌 이라는 뜻으로 영화 초반에 나오는 장소의 이름입니다.
ROTAS(로타스): 바퀴, 녹로, 형차 라는 뜻으로 영화에서는 건설회사 이름으로 나옵니다.
AREPO(아레포): 마방진을 위해 만들어진 고유명사로 추측되는데 영화에서는 고야의 그림을 위작한 화가의 이름으로 나옵니다.
위 내용을 굳이 알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 인지하고 영화를 본다면 영화가 좀 더 깊이 있게 다가오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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