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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웰메이드 시각 예술

by nmytyl 2024.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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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감이 예쁜 영화 하면 반드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영화, 어떤 스타일에 대해 설명할 때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입니다. 개봉 전부터 화려한 출연진과 미장센으로 주목을 끌었던 이 영화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독특한 시각적 스타일과 유머, 그리고 깊이 있는 주제를 담았습니다. 화려한 미장센과 대칭적인 구도,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은 영화의 중심을 잡으며,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다양한 의미를 전달합니다. 


줄거리 요약 (결말 포함)

 영화는 1985년, 고전적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방문한 한 작가(톰 윌킨슨)로부터 시작됩니다. 1968년 젊은 시절의 작가(주드 로)는 유럽의 한 산간 지역에 있는 이 호텔에 머물고 있었고, 그곳에서 호텔 소유주 제로 무스타파(피. 머레이 아브라함)를 만나게 됩니다. 제로는 작가에게 호텔의 과거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제로의 이야기는 1932년으로 돌아가며, 당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호화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호텔의 유명한 컨시어지인 구스타브 H.(랄프 파인즈)는 나이 든 부유한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중 한 명인 마담 D.(틸다 스윈튼)는 구스타브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였고, 그는 그녀의 죽음 이후 예상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됩니다.
 마담 D.가 사망하자 그녀의 유언장이 공개되며, 구스타브는 그녀가 자신에게 유산으로 가치가 매우 높은 그림 '소년과 사과'를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마담 D.의 가족, 특히 그녀의 아들 드미트리(에이드리언 브로디)는 이에 분노하며, 구스타브를 유산 강탈자로 몰아 법적 다툼을 시작합니다. 구스타브는 그림을 가져와 호텔로 돌아가지만, 결국 살인 혐의로 체포되고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감옥에서 구스타브는 교도소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탈출 계획을 세웁니다. 젊은 제로(토니 레볼로리)와 제로의 연인 아그네스(세이셔 로넌)의 도움으로 감옥에서 탈출하고, 호텔로 돌아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려 합니다. 동시에 구스타브와 제로는 마담 D.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사설탐정과 함께 조사를 벌입니다.
 구스타브와 제로가 여러 가지 장애물을 넘고, 드미트리와 그의 하수인인 졸링어(윌렘 데포)의 방해를 피해 도망칩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마담 D.의 유산에 숨겨진 비밀과 함께 더 큰 음모를 발견하게 됩니다. 결국 구스타브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고, 제로와 함께 새로운 삶을 준비하게 됩니다.
 제로는 구스타브와 함께한 여정의 끝과 호텔의 현재 상태, 그리고 그의 소유권을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줍니다. 제로는 구스타브가 죽은 이후 호텔을 소유하게 되었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시간이 지나며 과거의 화려함을 잃어가지만, 그곳에서의 기억과 구스타브와의 추억은 영원히 남아 있습니다.

 

앤더슨 감독의 세밀함과 노력의 산물

 웨스 앤더슨 감독은 대칭적 구도와 독특한 색감, 세밀한 디테일을 특징으로 하는 시각적 스타일로 유명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호텔은 실제로 존재하는 호텔이 아니라, 여러 유럽의 건축물을 참고해 만들어진 가상의 장소입니다. CGI의 사용을 최소로 하고 미니어처 세트를 제작해 많이 사용하였는데 사실적인 느낌과 특유의 동화같은 분위기를 공고히 해주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소년과 사과'라는 그림 역시 실제 미술작품을 참고해 고유한 작품으로 창조되었습니다. 촬영지는 독일의 고르리츠라는 작은 마을로, 그곳의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영화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또한, 앤더슨은 영화의 다양한 장면에서 모델이나 디오라마를 활용하여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이와 같은 디테일은 영화의 독창적인 비주얼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미장센과 상징성

 영화 속 호텔의 디자인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영화의 주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그 자체로 유럽의 황금기를 상징하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쇠락하는 모습은 시대의 변화와 전쟁의 영향력을 상징합니다. 구스타브 H.가 관리하던 화려하고 웅장한 호텔은 영화 후반부에서 현대에 이르러 낡고 초라해진 모습으로 변모합니다. 이는 유럽의 쇠퇴와 함께 과거의 영광이 사라져 가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러한 미장센은 영화의 주제와 감정적 톤을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화면 비율로 그려낸 시간의 변화

 영화는 액자식 구성으로 여러 시간대를 다루며 각각의 시대를 표현하기 위해 화면비율을 변화시키는 등 독특한 기법을 사용합니다. 

  1. 1930년대: 이 영화의 주요 배경인 1930년대 장면은 1.37:1의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면 비율을 사용합니다. 이 비율은 1930년대와 1940년대 영화의 표준이었던 아카데미 비율로, 당시의 시대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영화 속 주인공 구스타브와 젊은 제로의 이야기가 대부분 이 비율로 진행됩니다.
  2. 1960년대: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장면은 2.35:1의 와이드스크린 비율을 사용합니다. 이 비율은 1960년대에 주로 사용된 영화 화면 비율로, 해당 시대의 영화적 분위기를 잘 반영합니다. 이 시기는 제로가 호텔을 운영하던 시기로, 플래시백 구조에서 현재에 해당하는 시점입니다.
  3. 1980년대: 1980년대에 해당하는 현대적인 장면에서는 1.85:1의 비율이 사용됩니다. 이 비율은 현대의 영화에서 흔히 쓰이는 표준 와이드스크린 비율입니다. 이 장면들은 주로 작가가 호텔에 머물며 제로의 이야기를 듣는 부분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시각적 기법은 단순한 미학을 넘어서 시대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영화 속 스토리와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독특한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명확하게 특정 시대나 사건을 언급하지 않지만, 영화 속 배경은 1930년대 유럽을 연상케 합니다. 영화에서 다루는 전쟁과 그로 인한 변화는 제2차 세계 대전을 떠오르게 하며, 이는 영화의 비극적 요소를 강화합니다. . 앤더슨 감독은 유머와 아이러니를 결합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며, 관객들에게 시대의 어두운 면을 생각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무거운 주제도 감독 특유의 밝고 가벼운 톤과 기발한 방식으로 표현해 부담스럽지 않게 해줍니다.


 시각적 예술과 깊이 있는 이야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시각적 미학과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웨스 앤더슨의 걸작입니다. 구스타브 H.와 제로의 관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유머러스하면서도 감동적이며,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시대의 변화와 인간의 상실, 그리고 그 속에서도 지켜야 할 가치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감각적 즐거움과 함께 인간 관계와 시대적 변화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제공하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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